전남도, 2026년 미래에너지 국비 1,979억 확보… ‘발전 확대’ 넘어 ‘전력망 전환’ 시험대
전남미디어 jang94923@naver.com
2025년 12월 18일(목) 11:34
전라남도가 2026년도 정부예산에서 미래에너지 분야 국비 1,979억 원을 확보하며 재생에너지 정책의 다음 단계인 전력망 전환과 산업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예산 반영은 단순한 발전 설비 확충을 넘어,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구조적 한계로 지적돼 온 계통 포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데 의미가 있다.
■ ‘전기 남아도 못 보내는’ 전남… 해법은 AI 전력망
전남은 전국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이지만, 전력망 용량 부족으로 발전된 전기를 송전하지 못하고 대기하는 이른바 ‘접속 지연’ 현상가 상시화된 지역이다. 이번 국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AI 기반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 사업(국비 1,196억 원)**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평가된다.
총사업비 1조 30억 원 규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AI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지역 단위 전력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분산형 전력망 모델을 실증·확산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대규모 송전망 증설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전력 구조’**로의 전환을 시험하는 셈이다.
■ 해상풍력 ‘설비’에서 ‘산업 인프라’로
이번 예산에는 해상풍력 산업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혀온 시험·인증 인프라 구축도 포함됐다.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에 조성되는 해상풍력용 베어링 시험센터는 15MW급 이상 대형 풍력 설비의 핵심 부품을 국내에서 시험할 수 있는 첫 시설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대형 베어링 시험을 위해 유럽 시험기관을 이용해 왔으며, 이는 비용 부담과 기술 유출 우려로 이어져 왔다. 총사업비 250억 원 규모의 이 센터가 완공되면, 전남은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뿐 아니라 부품 국산화와 기술 자립의 거점으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인재·기술·창업까지 잇는 ‘K-그리드’ 구상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K-그리드 인재창업밸리(국비 245억 원)**는 전력망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겨냥한 사업이다. 여기에 핵융합 기술 개발을 위한 초전도 도체 시험설비, 차세대 그리드센터, 에너지 신소재 산업화 플랫폼 구축까지 더해지면서 전남은 연구–실증–창업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기술 밸류체인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반복돼 온 ‘발전단지 유치 → 지역 산업 연계 부족’이라는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 과제는 ‘실증 성공’과 ‘민간 참여’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국비 확보가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AI 전력망과 분산형 모델은 기술적 난도가 높고, 제도·요금 체계 개편 없이는 확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실증사업 이후 민간 투자와 산업화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일회성 예산 사업에 그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현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전력망과 산업 인프라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며 “이번 사업들을 통해 전남이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시험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1,979억 원의 국비 반영은 전남이 ‘재생에너지 1번지’에서 ‘전력망 혁신 거점’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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